
사진 = 롤스로이스
■ 핵심 사항
- 롤스로이스가 어벌론쉘(전복껍질)을 마케트리 소재로 쓴 첫 비스포크 커미션 ‘팬텀 허밍버드’를 공개했습니다.
- 개발에 9개월 이상 걸렸고, 적합한 가공 기법을 찾기까지 6차례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 국내 롤스로이스 판매는 2026년 1~8월 누적 114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3% 줄었습니다.
세계 최초로 전복껍질을 쓴 롤스로이스 팬텀 익스텐디드 ‘팬텀 허밍버드’
롤스로이스가 팬텀 익스텐디드(Phantom Extended) 기반의 프라이빗 비스포크 커미션 “팬텀 허밍버드(Phantom Hummingbird)“를 공개했다. 두바이 프라이빗 오피스를 통해 완성된 이 차는 의뢰인이 아내에게 헌정하는 의미로 제작됐고, 벌새(허밍버드)는 기쁨·회복력·순간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채택됐다.
이 차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소재다. 전복껍질(어벌론쉘)을 마케트리(상감 세공) 소재로 쓴 것은 롤스로이스 역사상 최초다. 껍데기 안쪽 진주층 특유의 청록색 광택을 마더오브펄(자개)과 결합해 벌새 깃털의 색 변화를 표현했다. 좌우 피크닉 테이블에는 각각 전복껍질·자개 조각 53개(그중 날개 부분에만 18개)로 벌새 문양을 구성했고, 뒷좌석 사이 리어 워터폴 패널에는 84개 조각으로 식물 모티프를 새겼다.
9개월 개발·6차 시행착오, 0.06mm 오차까지 잡은 정밀도
전복껍질을 마케트리로 쓴 사례가 없었던 만큼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개발에는 9개월 이상이 걸렸다. 전복껍질이 얇고 잘 부서지는 소재라, 비스포크 컬렉티브의 디자이너·엔지니어·장인들이 적합한 가공 기법을 찾기까지 6차례 반복 시도를 거쳐야 했다.
정밀도도 남다르다. 모든 조각은 레이저 커팅 시 번(burn) 여유분을 감안해 최종 크기보다 0.06mm 크게 절단한 뒤, 손으로 정밀 줄질해 이음매 없이 형태를 맞췄다. 특히 벌새 날개 부분은 사람 손으로만 이 정밀도를 낼 수 있었다고 롤스로이스는 설명한다. 조각 절단·세팅이 끝난 뒤에도 피크닉 테이블 2개·리어 워터폴 패널 1개에 각각 추가 8시간씩 작업이 더해져, 3개 패널 합산 총 45시간이 마케트리에만 투입됐다.

사진 = 롤스로이스
53개·84개 조각으로 완성한 인테리어, 와일드베리·화이트 샌즈 투톤 외장
마케트리 3개 패널의 공통 배경은 애시 버(Ash Burr) 베니어, 피크닉 테이블 모티프에는 실버 버치(Silver Birch) 베니어를 단일 원목에서 선별해 썼다. 시트는 크림 라이트(Creme Light) 가죽에 모카신·탠 색상 디테일을 더했고, 바닥은 시셸(Seashell) 카펫, 헤드라이너는 스타라이트(Starlight)를 적용했다.
외장은 차체 하단 와일드베리(Wildberry)와 상단 화이트 샌즈(White Sands)의 투톤 구성이다. 두 색상 경계는 손으로 그린 화이트 샌즈 코치라인이 가르고, 차체 옆면을 따라서는 손으로 그린 벌새 그림이 함께 들어간다. 기반이 된 팬텀 익스텐디드는 WLTP 복합 기준 CO2 배출 362~373g/km, 연비 16.0~16.4L/100km(17.2~17.7mpg)로 인증돼 있다.

사진 = 롤스로이스
국내 롤스로이스 판매 114대, 지난해보다 12.3% 줄어든 이유
‘팬텀 허밍버드’는 단 한 대뿐인 원오프 커미션이라 국내 판매·가격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다만 같은 시기 국내 롤스로이스 판매는 뚜렷한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다나와 집계 기준 롤스로이스 국내 판매는 2026년 1~8월 누적 114대(1월 11·2월 17·3월 15·4월 13·5월 15·6월 15·7월 12·8월 16대)로, 2025년 동기 누적 130대 대비 약 12.3% 감소했다. 2025년 연간 판매는 166대였다.
원오프 비스포크는 판매 대수에 잡히지 않지만, 롤스로이스가 이런 극단적 커미션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브랜드 희소성을 지키려는 전략도 읽힌다. 대량 판매가 줄어드는 시기일수록, 단 한 대를 위한 9개월짜리 프로젝트가 브랜드 이미지에서 차지하는 무게는 오히려 커진다.
무기는 ‘세계 최초’ 마케트리, 그러나 이 차는 단 한 대뿐이다
‘팬텀 허밍버드’의 무기는 명확하다. 전복껍질을 쓴 롤스로이스 역사상 최초 마케트리, 그리고 그걸 완성하기까지 들어간 9개월과 45시간의 수작업이다. 다만 이 차는 팔리는 차가 아니라 단 한 사람을 위한 헌정품이라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국내 롤스로이스 판매가 1년 새 12.3% 줄어든 흐름 속에서, 이런 원오프 프로젝트가 대중적 판매 지표와는 별개로 계속 이어질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