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불에 더 취약하다는 통념, 10만대당 14.4건 대 16.1건 앞에서도 맞는 말일까

전기차 배터리 열폭주 개념 / AI 생성 이미지
사진 = AI 생성 이미지

■ 핵심 사항

  • 국내 전기차 화재는 2018년 3건에서 2023년 47건으로 늘어 5년간 누적 115건을 기록했습니다.
  • 등록대수 10만 대당 화재 건수는 전기차 14.4건, 내연기관차 16.1건(2023년 기준)으로 오히려 전기차가 낮게 집계됩니다.
  • 2020년 코나 일렉트릭 리콜처럼 배터리 결함이 확인되면 제작사는 무상 수리·교체 의무를 집니다.

전기차 화재, 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전기차가 불이 더 잘 난다는 말은 숫자만 보면 근거가 있어 보인다. 전용기 국회의원실이 소방청 자료를 받아 정리한 통계를 보면 국내 전기차 화재는 2018년 3건, 2019년 5건, 2020년 12건, 2021년 15건, 2022년 33건, 2023년 47건으로 매년 늘었고 2024년 상반기에만 24건이 발생해 5년 누적 115건에 이른다. 발화 지점도 한 곳으로 몰리지 않는다. 최초 발화점은 고전압배터리·차량 기타부품·외부요인 등으로 다양하게 나뉘고, ‘충전 중’·’주차 중’·’주행 중(충돌 포함)’ 등 상황을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전제가 하나 있다. 이 기간은 전기차 등록대수 자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라는 점이다. 건수만 놓고 “몇 배 늘었다”고 말하면 분모를 빼고 분자만 보는 셈이 된다. 화재율을 제대로 보려면 등록대수 대비 비율로 환산한 통계가 필요한데, 이 답은 뒤에서 확인한다.

전기차 충전 안전 /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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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가, 열폭주라는 연쇄반응

전기차 화재의 핵심 원인은 ‘열폭주(thermal runaway)’라는 현상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셀 내부 결함·과충전·외부 충격·열관리 실패 같은 요인이 겹치면 특정 셀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그 열이 인접한 셀로 연쇄적으로 전달되며 화재로 번진다. 배터리 팩 안에 셀 수백 개가 촘촘히 붙어 있는 구조라 한 셀의 이상이 전체로 퍼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문제는 일단 열폭주가 시작되면 셀 간 연쇄반응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특성 때문에 일반 화재보다 초기 진압이 훨씬 까다롭다는 점이다. 일반 화재는 물로 냉각하면 불이 잦아들지만, 배터리 화재는 내부에서 산소를 자체 발생시키며 타기 때문에 겉불을 꺼도 속에서 다시 불이 붙는 재발화가 흔하다.

이 위험을 줄이려는 기술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 최근 완성차·배터리 업체가 쓰는 BMS(배터리관리시스템)는 셀별 전압·온도·충방전 이력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는 방향으로 고도화되는 중이다. 문제가 커지기 전에 특정 셀의 이상을 잡아내 경고하거나 충전을 차단하는 식이다.

그런데 통계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앞서 남겨둔 질문, 등록대수 대비로 보면 어떨까. 소방청 국가화재통계시스템을 분석한 2024년 9월 보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등록대수 10만 대당 화재 건수는 전기차 14.4건, 내연기관차 16.1건이다. 모수로 보면 전기차는 등록 54.4만 대 중 72건, 내연기관차는 등록 2,518.9만 대 중 3,736건이 발생했다. 소방청·국립소방연구원·국토교통 통계누리 자료를 쓴 다른 보도의 1만 대당 비교에서도 전기차 1.32건, 내연기관차 1.47건으로 역시 전기차가 낮다.

두 매체, 두 계산 방식 모두 “전기차가 불이 더 잘 난다”는 통념과 반대 결과를 보여준다. 다만 숫자를 과장해서 읽으면 안 된다. 두 비교 모두 차이는 약 10% 수준이라 “훨씬 안전하다”까지 단정할 정도는 아니고, “낮다” 선에서 읽는 게 정확하다.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전기차 화재율 자체는 2017년 0.4건에서 2023년 1.32건으로 꾸준히 올라 내연기관차 수준에 근접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두 통계 모두 2023년 집계를 2024년에 보도한 자료라 “최근” 수치가 아니라 특정 연도 스냅샷이라는 점도 함께 밝혀 둔다.

그래도 대비는 필요하다

화재율이 낮다는 통계가 배터리 결함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2020년 10월 국토교통부는 코나 일렉트릭(2017년 9월 29일~2020년 3월 13일 생산분) 2만5,564대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진행했다. 당시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유력하게 추정한 원인은 배터리 셀 제조 불량, 즉 양·음극판 사이 분리막 손상에 따른 내부 합선이었고 해당 셀은 LG화학의 ‘NCM622’ 리튬폴리머배터리였다. 이후 2021년 2월 국토부는 재조사를 거쳐 원인을 배터리 셀 내부 정렬 불량(음극 탭 접힘)으로 다시 지목했고, 리콜 범위도 배터리 전량 교체로 넓혀 코나EV 2만5,083대에 아이오닉·일렉시티까지 포함한 총 2만6,699대로 확대됐다. 처음 지목했던 ‘분리막 손상’은 이후 369회 충·방전 재현시험에서 화재가 재현되지 않아 최종 원인에서 빠졌다.

2020년 10월 16일부터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점검을 거쳐 배터리 교체가 순차 진행됐다. 국내 리콜 제도상 배터리 결함이 확인되면 제작사는 무상 수리·교체 의무를 진다. 진압 현장의 장비도 따라서 발전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차량 전체를 덮어 산소 공급을 차단하는 질식소화덮개, 배터리가 잠길 때까지 물을 채우는 이동식 수조 같은 전기차 전용 진압 장비를 확충하는 중이다.

전기차 화재 진압 장면 / AI 생성 이미지
사진 = AI 생성 이미지

무기는 낮은 화재율, 약점은 초기 진압 난이도

정리하면 전기차는 등록대수 대비 화재 발생률에서 내연기관차보다 낮은 수치를 보이지만, 한번 불이 붙으면 열폭주 특성 때문에 진압이 오래 걸리고 재발화 위험이 있다는 게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이다. 통념처럼 “더 잘 탄다”는 말은 통계로는 근거가 약하고, 대신 “타면 더 다루기 어렵다”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에 가깝다. 코나 일렉트릭 리콜 사례처럼 결함이 드러나면 제작사가 전량 교체까지 가는 만큼, 전기차를 타는 입장에서는 화재 확률 자체보다 배터리 관련 리콜·업데이트 공지를 놓치지 않는 쪽이 실질적인 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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